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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그라스 아일의 겨울의 아침
창밖으로는 안개가 천천히 바다를 덮고,
숲에서는 새소리가 들려왔다.

카산드라는 이제 하루의 시작을
연주 연습보다 먼저,
딸 세라피나를 품에 안는 일로 시작했다.
세라피나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아직은 엄마 품이 가장 편한 작은 아이였지만,
카산드라는 그 시간을 누구보다 소중하게 여겼다.
스타라이트 시상식에서 상을 받고,
수많은 무대에 섰던 유명 연주자였지만,
지금 그녀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세라피나를 안고 조용히 하루를 시작하는 평범한 아침이었다.

한편 개빈은
오늘도 원고를 고치고,
자료를 찾아보고,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아직 유명 작가는 아니었다.
아직 누구나 이름을 아는 사람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카산드라 역시
그를 단 한 번도 재촉한 적이 없었다.
둘은 처음부터
성공의 속도가 같을 필요는 없다고 믿고 있었다.

그 믿음은 조금씩 결과를 만들어냈다.
**'집필한 책이 수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비록 대상은 아니었지만,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작가로서 충분히 의미 있는 첫걸음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개빈은
'유망한 신인'이라는 명성을 얻게 된다.
작가로서
처음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카산드라는 누구보다 기뻐했다.
"봐~당신도 결국 해낼 줄 알았어."
그녀의 말은 짧았지만,
개빈에게는 그 어떤 상보다 큰 응원이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화려하지 않았다.
명성을 얻기 시작했어도
인세는 생각보다 소박했다.
책이 한 권 팔릴 때마다 들어오는 수입은 몇 달러 남짓.
가끔은 한 달 동안 받은 인세를 모두 합쳐도
커피 몇 잔 값 정도에 불과한 날도 있었다.
개빈은 웃으며 말했다.
"아직은 베스트셀러 작가랑은 거리가 멀네."
카산드라는 그 말에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우리는 지금 시작하는 중이잖아."
이미 성공한 음악가가 된 그녀에게
가족의 수입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가 사랑한 것은
유명한 작가가 아니라,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개빈 리처즈라는 사람이었다.


한편,
리처즈 가족의 가장 작은 구성원인 세라피나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옹알이를 시작했고,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한 듯
눈을 반짝이며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작은 입술을 내밀며
엄마와 아빠를 향해 키스를 날리는 법을 배우고,
조심스럽게 첫 단어를 말하기 시작했다.
별것 아닌 순간처럼 보였지만,
카산드라와 개빈은
그 작은 성장 하나하나를
세상 어떤 상보다 소중하게 간직했다.
성공도,명성도,언젠가는 따라올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었다.
리처즈 가족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스타라이트 시상식.
이번에는 후보가 아니었다.
개빈은 자신의 작품으로
**'스토리텔링 스포트라이트상'**을 수상하게 된다.

생애 첫 스타라이트 트로피.
화려한 베스트셀러 작가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유명인도 아니었지만,
그날만큼은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작가였다.

집으로 돌아온 개빈은 카산드라와 수상의 기쁨을 나눴다.
창밖에서는 파도 소리가 들려왔고,
거실에서는 세라피나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평범한 저녁,
개빈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우리… 세라피나에게 동생을 만들어 주는 건 어떨까?"
카산드라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따뜻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함께했던 신혼의 시간.
첫 출간한 책.
첫 무대.
그리고 첫아이.
수많은 '처음'을 함께 지나온 두 사람은,
이제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작을 꿈꾸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바람은 현실이 되었다.
카산드라가 둘째를 임신한 것이다.
첫아이를 가졌을 때처럼 서툴고 두렵기보다는,
이번에는 두 사람 모두
기쁨 속에서도 한결 여유로운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이 또 한 명 늘어나겠네."
세라피나는 아직 그 의미를 알지 못한 채
엄마 품에서 해맑게 웃고 있었고,
개빈은 카산드라의 손을 꼭 잡았다.
첫 번째 아이가
리처즈 가족을 완성해 주었다면,
다가올 두 번째 아이는
그들의 행복을 조금 더 넓혀 줄 새로운 선물이었다.

데드그라스 아일의 조용한 집에는
음악이 흐르고,
이야기가 쓰여지고,
아이의 웃음소리가 퍼져 나갔다.
그리고 이제,
그 집에는 또 하나의 작은 생명을 기다리는
설렘까지 함께 머물기 시작했다.

한편 고트 저택에서도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알렉산더 고트와 사샤 존슨이 결혼했다.

결혼식은 따뜻한 봄날,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만 초대한
작은 예식으로 진행되었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샤샤와,
검은 턱시도를 차려입은 알렉산더는
천천히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평소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알렉산더였지만,
그날만큼은
누구보다 행복한 얼굴이었다.

예식이 끝나자
하객들의 박수가 쏟아졌고,
두 사람은 첫 춤을 함께 추며
새로운 삶의 시작을 축하했다.
서로의 발을 맞추는 모습은
조금 서툴렀지만,
그 모습마저
두 사람다운 행복이었다.


그렇게 예식이 끝나고 피로연의 음악이 흐르자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첫 춤을 시작했다.
평소라면 연구 이야기 외에는 크게 들뜨는 일이 없던 알렉산더.
하지만 그날만큼은 달랐다.
사샤의 손을 잡은 그는
마치 오랫동안 숨겨두었던 흥이라도 폭발한 것처럼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샤도 그런 알렉산더가 마냥 귀여웠는지,
웃음을 터뜨리며 함께 박자를 맞췄다.
두 사람의 춤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완벽한 웨딩댄스가 아니었다.
서툴러도 괜찮았고,
조금 엉뚱해도 괜찮았다.
그저 서로가 너무 행복해서
몸이 먼저 반응한 춤이었다.

하객들은 박수를 치며 웃었고,
벨라는 옆에 있던 모티머에게 작게 말했다.
"우리 알렉산더에게도 저런 모습이 있었네."
모티머도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사샤가 아니었다면 평생 못 봤을 모습이지."
그날 가장 완벽했던 순간은
근사한 예식도,
화려한 장식도 아니었다.
행복해서 체면도 잊은 채
마음껏 웃고 춤추던 두 사람이었다.

알렉산더와 사샤의 결혼.
카산드라의 둘째 임신.
그리고 리처즈 가족에게 새로 태어난 작은 아들.
짧은 시간 동안
고트 가문에는 축하할 일이 끊이지 않았다.
"이 정도면 한 번쯤 다 같이 모여야 하지 않겠어?"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벨라의 오빠 마이클 버첼러였다.
그의 제안으로 가족들은
샌미슈노에서 열린 향신료 축제를 찾았다.
화려한 공연과 사람들로 북적이는 축제 한가운데,
오랜만에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다.

벨라는 동생이 아닌 오빠와 마주 앉아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누었고,
모티머는 옆에서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가족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손주 이야기,
알렉산더의 신혼 이야기,
카산드라의 두 아이 이야기까지.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세월은 흘렀지만,
가족들이 함께 웃는 모습만큼은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벨라는 문득 주변을 둘러보았다.
남편은 여전히 자신의 곁에 있었고,
딸은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으며,
아들은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
그리고 오빠 마이클까지 함께한 오늘은,
오랜만에 가족이라는 이름이
더없이 크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고트 가문은
거창한 약속 없이도,
이렇게 함께 밥을 먹고,
웃고,
서로의 행복을 축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가족이었다

그리고 얼마후 리처즈 가족에게도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이 찾아왔다.
둘째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난 것이다.
카산드라는 긴 진통 끝에
작고 건강한 사내아이를 품에 안았다.
개빈은 갓 태어난 아이를 바라보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세라피나를 처음 안았던 날과는 또 다른 감정이었다.
가족이 한 명 더 늘어났다는 사실이
그저 벅차고 감사했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고민했던 이름을
"루시안 리처즈(Lucian Richards)"로 지었다.
따뜻한 빛을 뜻하는 이름처럼,
루시안이 앞으로
가족의 삶을 환하게 비춰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세라피나는 아직 동생이라는 존재가 낯설었지만,
아기의 작은 손을 신기한 듯 만져 보며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카산드라는 그런 두 아이를 바라보다가
문득 미소를 지었다.
"이제 정말 네 식구가 되었네."
그 한마디에
개빈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데드그라스 아일의 작은 집은
이제 음악과 원고,
그리고 두 아이의 웃음소리로
더욱 따뜻해져 갔다.

시간은 어느새 흘러,
루시안은 무럭무럭 자라났고,
세라피나 역시
첫 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작은 생일 케이크 앞에서
카산드라는 세라피나를 품에 안고
촛불을 함께 바라보았다.
가족 모두의 축복 속에서
세라피나는 유아로 성장했다.
처음 걸음마를 떼고,
짧은 문장으로 엄마와 아빠를 부르기 시작했으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집 안 구석구석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답게,
장난을 치며 모두를 웃게 만드는 것이
세라피나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따로 있었다.

어느 날 거실에 흐르던 피아노 선율에 맞춰
세라피나가 옹알이를 하듯 음을 따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리듬이 바뀌면 몸을 흔들었고,
카산드라가 첼로를 켜면
작은 목소리로 흥얼거리며 따라 불렀다.
"여보, 이것 좀 봐."
카산드라가 웃으며 말하자,
개빈도 원고를 내려놓고
한동안 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우리 딸...
엄마 재능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 같은데?"
아직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린아이였지만,
노래를 듣는 것을 좋아했고,
들리는 멜로디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따라 하려 했다.
카산드라는 딸을 꼭 안으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음악을 하든 하지 않든 상관없어."
"그저 네가 좋아하는 걸 마음껏 사랑하며 자라면 돼."
세라피나는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엄마의 품 안에서
기분 좋은 듯 작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개빈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리처즈 가족의 집에는
음악을 사랑하는 엄마,
이야기를 쓰는 아빠,
노래를 좋아하는 첫째 딸 세라피나,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이 신기한 막내 루시안까지.
네 사람의 시간이 하루하루 새로운 추억으로 채워져 가고 있었다.

며칠 뒤,새해 첫날.
데드그라스 아일에는
밤사이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려앉았다.
리처즈 가족의 집에서는
아침부터 따뜻한 음식 냄새가 퍼져 나왔다.
올해는 카산드라와 개빈이
가족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이번 새해는 우리 집에서 보내요."

두 사람의 초대에
벨라와 모티머,
알렉산더와 사샤,
그리고 마이클 버첼러까지.
오랜만에 모두가 한 식탁에 둘러앉았다.
루시안은 엄마 품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고,
세라피나는 거실을 뛰어다니며
어른들의 웃음을 끌어냈다.

"벌써 이렇게 컸네."
벨라는 세라피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노래도 그렇게 좋아한다면서?"
카산드라는 쑥스러운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 종일 흥얼거려요."
"엄마를 닮았나 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한편 개빈은
루시안을 조심스레 안고 있는 알렉산더를 바라보다
조용히 말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모티머는 잔을 들어 올리며
미소 지었다.
"그래서 가족이 좋은 거야."
"예상하지 못한 행복을 계속 선물해 주니까."
창밖에는 새해의 눈이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집 안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가족들의 이야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누군가는 새로운 가정을 이루었고,
누군가는 부모가 되었으며,
누군가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엇이 변하든,
가족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이 식탁만큼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새해의 첫날.
리처즈 가족의 따뜻한 집에서,
고트 가문의 새로운 한 해가
조용히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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