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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동산/고트

[기쁨동산 48] 6. 고트 가족 : 고트 가문의 새로운 시대

by 플럼밥집사 2026.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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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샤 존스는 폭스버리를 졸업한 뒤, 샌미슈노로 향했다.

고트 저택처럼 오래된 대저택도 아니었고,
폭스버리 기숙사처럼 활기찬 공간도 아니었다.

작은 원베드룸 아파트.
낡은 벽지.
좁은 복도.
창밖으로는 도시의 소음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샤샤는 이 공간을 마음에 들어 했다.

혼자만의 집이었다.

샤샤는 부모 없이 자랐다.

가족이라는 개념 자체가 희미한 삶에 가까웠다.

그녀에게 안정감은 누군가의 품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낸 생활 패턴 속에 있었다.

정리된 책상.
시간 맞춰 돌아가는 하루.
밀리지 않은 공과금.

그런 종류의 것들.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한 뒤,


샤샤는 폭스버리 공대 생물학 과정에 들어갔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에 사용했다.

파티보다 실험실을 오래 기억하는 타입이었다.

졸업 후 그녀는 의료계에 취업한다.

빠른 승진도,
거창한 목표도 아직은 없었다.

다만 계속 일할 생각이었다.

계속 배우고,
계속 버티고,
계속 자기 삶을 유지하는 것.

샤샤에게 중요한 건 늘 그런 종류의 안정이었다.

샌미슈노의 첫 밤.

샤샤는 작은 창문을 열어둔 채
늦게까지 짐을 정리했다.

박스는 많지 않았다.

책 몇 권.
노트북.
실험 자료들.
그리고 폭스버리 시절 사진 몇 장.

그 안에는 알렉산더 고트도 있었다.

그때 알렉산더가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알렉산더와의 관계는 생각보다 오래 이어지고 있었다.

둘은 지나치게 감정적인 연인은 아니다.

연락이 뜸한 날도 있고,
각자 연구와 일에 몰두하는 시간도 길다.

샤샤는 가끔 알렉산더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고트 가문의 아들.
조기 졸업.
물리학 학위.
지나치게 침착하고, 지나치게 똑똑한 사람.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흔들림이 없다.

샤샤는 문득 생각하곤 했다.

자신이 정말 이 남자와 같은 속도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인지.

하지만 알렉산더는
그런 종류의 우열을 거의 신경 쓰지 않는 심이었다.

샤샤의 작은 아파트에 와서도
별다른 반응 없이 소파에 앉고,
냉장고 상태를 확인하고,
아무렇지 않게 다음 연구 이야기를 꺼낸다.

마치 이 공간이 원래 자신의 자리인 것처럼.

샤샤는 아직도 그 부분이 조금 낯설다.

누군가는 고트 가문을 어렵게 생각한다.

하지만 알렉산더 고트는 이상하리만큼 자연스럽게
샤샤 존스의 삶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창밖에서는 샌미슈노의 소음이 늦게까지 이어졌다.

완벽한 집은 아니었다.

그래도 샤샤는 눕자마자 잠이 들어버렸다.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편안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보호 아래 있는 방도 아니었고,
시설의 침대도 아니었다.

계약서에 자신의 이름이 적힌 집.

작고 허름하지만,
처음으로 완전히 자기 힘으로 얻은 공간이었다.

샤샤는 아마 그 이사의 첫날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다.

샤샤의 첫 출근 날은
생각보다 훨씬 정신없이 흘러갔다.

출근 전부터 병원 시스템을 다시 확인했고,
익숙하지 않은 장비 이름들을 메모장에 정리했다.

긴장한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샤샤는 평소보다 훨씬 말수가 적었다.

병원은 늘 바빴다.

복도에는 환자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고,
의료 장비 소리는 하루 종일 이어졌다.

샤샤는 처음 맡는 업무임에도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적응했다.

기록을 정리하고,
장비를 확인하고,
환자의 상태를 체크한다.

실수 없이,
조용하게.

특히 검사실에서는
이상하리만큼 집중력이 좋아졌다.

샤샤는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타입이 아니다.

누군가는 차갑다고 느낄 정도로 침착했고,
그 태도는 의료 현장에서 꽤 도움이 되었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샤샤는 겨우 커피 한 잔과 간단한 케이크를 집어 들었다.

폭스버리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생활이었다.

이제 그녀는 학생이 아니라
누군가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진 중 하나였다.

한편 알렉산더는 물리학 학위를 활용해 과학자 커리어에 들어갔다.

연구 시설은 폭스버리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학생 시절의 연구가 가능성을 증명하는 과정이었다면,
이곳은 결과를 요구하는 공간에 가까웠다.

알렉산더는 그 환경에도 빠르게 적응했다.

원래부터 그런 심이었다.

학술 야망을 완수한 뒤에도
알렉산더는 곧 새로운 목표를 정했다.

‘괴팍한 천재.’

조금 우스운 이름의 야망이었지만,
의외로 그와 잘 어울렸다.

기계를 분해하고,
논리를 조립하고,
머릿속 가설을 실제로 구현하는 삶.

알렉산더는 점점 모티머와는 다른 방향의 고트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습관도 있었다.

어릴 적부터 알렉산더는
벨라와 체스를 두는 시간을 좋아했다.

고트 저택 테라스에 앉아
몇 시간씩 말을 움직이던 밤들.

벨라는 늘 조용히 수를 읽었고,
알렉산더 역시 말없이 다음 수를 계산했다.

샤샤와의 관계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다만 서로 지나치게 바빴다.

샤샤는 병원에서 밤늦게까지 일했고,
알렉산더 역시 연구 일정 때문에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둘은 아주 짧은 시간들을 모아 관계를 유지했다.

공원 벤치에 잠깐 앉아 있거나,
퇴근길에 얼굴만 보고 돌아가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관계는 쉽게 흐트러지지 않았다.

어느 늦은 밤. 샤샤는 고트 저택 근처 공원으로 알렉산더를 찾아왔다.

밤공기는 생각보다 차가웠다.

그 모습을 본 벨라는
결국 샤샤를 그냥 돌려보내지 않았다.

“이 시간에 다시 가긴 늦었잖니.”

샤샤는 아직도 고트 저택의 분위기에 완전히 익숙해지지 못한다.

오래된 벽지.
조용한 복도.
밤이 되면 지나치게 고요해지는 집.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곳에서 보내는 밤은 편안했다.

그리고 그날 밤.

알렉산더와 샤샤는
고트 저택 안에서 나란히 잠들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처럼.

다음 날 아침, 벨라는 직접 식사를 준비했다.

고트 저택의 아침 식탁은
언제나처럼 조용하고 단정했다.

모티머는 신문 대신 대화를 듣고 있었고,
샤샤는 아직 조금 어색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벨라는 특별히 분위기를 어렵게 만들지 않았다.

샤샤의 병원 이야기,
알렉산더의 연구 이야기,
사소한 일상 대화가 천천히 이어졌다.

알렉산더는 원래 말이 많은 심은 아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조용히 식사를 했지만,
샤샤가 이야기할 때만큼은 드물게 집중하는 표정을 지었다.

샤샤 역시 조금씩 긴장을 풀기 시작했다.

고트 저택은 여전히 거대한 집이었고,
벨라 고트는 여전히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식탁 위에서는
누구도 샤샤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았다.

알렉산더의 생활은 점점 더 연구 중심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연구실에 틀어박혀 데이터를 정리하고,
기계를 분해하고,
새로운 발명품 프로토타입을 조립한다.

과학자 커리어는 생각보다 그와 잘 맞았다.

알렉산더는 사람보다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익숙했고,
복잡한 이론 속에서 오히려 안정감을 느끼는 심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샤샤가 연구소를 찾아온 것이다.

퇴근 시간도 아니었고,
특별한 약속이 있었던 날도 아니었다.

알렉산더는 평소처럼 연구 데이터를 정리하고 있었는데

샤샤는 잠시 망설이더니 아주 단순한 말투로 청혼했다.

갑작스럽고, 계획 없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샤샤다운 순간이었다.

알렉산더는 놀라는 기색조차 크지 않았다.

잠시 생각하더니 아주 자연스럽게 그 청혼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의 관계는 원래 그랬다.

극적인 고백도, 격렬한 감정 표현도 거의 없다.

대신 서로의 삶 속에 당연한 듯 자리를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샤샤 존스와 알렉산더 고트는 약혼 상태가 된다.

흥미로운건 고트 저택 누구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는 점이다.

벨라는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고,
모티머 역시 조용히 받아들였다.

어쩌면 고트 가족은 오래전부터 샤샤를 가족처럼 여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알렉산더는 그날도 연구 성과를 인정받으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과학계 권위자라는 미래 목표 역시 점점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고트 가문의 막내아들은 이제 완전히 자신의 시대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복권의 날이 돌아왔다.

고트 저택 사람들은 이번에도 큰 기대 없이 복권을 구매했다.

벨라와 모티머는 이미
기쁨동산에서도 손꼽히는 부유한 심들이었다.

두 사람 모두 막대한 자산을 가지고 있었고,
복권은 어디까지나 이벤트에 가까웠다.

그래서 결과 발표 역시 가볍게 지나가는 분위기였다.

레드 프레스콧.

고트 저택에서 일하던 가정부 레드 프레스콧이
이번 복권의 당첨자가 된 것이다.

레드는 한동안 상황을 믿지 못했다.

당첨 결과를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고,
기쁨동산 저택 안은 순식간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벨라는 놀라면서도 웃음을 터뜨렸고,
모티머 역시 꽤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가 고트저택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로 행운이 계속 찾아오는거 같아요..”

레드 프레스콧이 담담하게 말하자,
벨라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평범한 가정부 생활을 하던 심이
하루아침에 거액의 당첨자가 된 것이다.

그리고 고트 저택 사람들은 레드의 복권 당첨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다시한번 스타라이트 시상식의 밤이 돌아왔다. 
모티머 고트는 오늘도 역시나 기대를 품고 가본다! 

이번엔 상을 탈수 있을까? 

그리고 마침내- 

최우수 도서상.

오랫동안 작가로 활동해왔던 모티머에게도
쉽게 얻어진 상은 아니었다.

무대 위의 모티머는 예전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 보였다.

머리는 거의 회색이 되었고,
말투 역시 한층 느긋해졌다.

하지만 단상에 선 순간만큼은
여전히 고트 가문의 가장다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객석에서는 조용한 박수가 이어졌다.

모티머는 긴 수상 소감을 하지 않았다.

짧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트로피를 들어 보였을 뿐이다.

하지만 그 모습은 이상하리만큼 상징적이었다.

젊은 시절의 모티머 고트는
늘 고독한 천재 작가 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지금,
그는 가족과 명성을 모두 가진 채
여전히 자신의 이름을 유지하고 있었다.

스타라이트 시상식이 끝난 뒤에도
모티머는 크게 들뜨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진심으로 행복했다.

카산드라 리처즈의 하루는
대부분 아주 조용하게 흘러간다.

햇살이 길게 들어오는 피아노 방에서
세라피나를 떠올리며 곡을 쓰고,
가끔은 아무 말 없이 건반만 두드리는 시간도 많아졌다.

최근 완성한 곡의 제목은
‘귀여운 세라피나’.

카산드라다운, 담백한 이름이었다.

리처즈 부부의 집은
시내와는 꽤 떨어진 데드그라스 아일에 있다.

출퇴근만 생각하면 솔직히 꽤 피곤한 위치다.

하지만 개빈과 카산드라는
이 집을 정말 마음에 들어 했다.

파도 소리 외에는 거의 들리지 않는 동네,
사람보다 바람 소리가 더 자주 들리는 산책길,
그리고 커다란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빛까지.

책을 쓰고, 음악을 만드는 내향인의 두 사람에게는
너무나 잘 어울리는 집이었다.

카산드라가 출근한 낮 동안,
개빈은 세라피나를 데리고 동네를 천천히 돌아다녔다.

항구에 멈춰 서서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고,
숲길을 따라 조용히 산책하기도 했다.

세라피나는 아직 아주 어렸지만,
개빈은 딸에게 자꾸만 이런 풍경들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누군가는 외딴 섬이라고 부를지도 모르지만,
리처즈 가족에게 데드그라스 아일은
조용히 살아가기엔 충분히 아름다운 장소였다.

 

 

카산드라 리처즈는 이제 꽤 성공한 음악가였다.

피아노 곡 하나만 발표해도
개빈이 단편집 한 권으로 받는 인세보다 훨씬 많은 시몰레온이 들어왔다.

직업 레벨 차이도 꽤 컸다.

카산드라는 이미 음악계 정상급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개빈은 아직도 매일 원고와 씨름하는 신인 작가 단계에 가까웠다.

하지만 카산드라는
그걸 단 한 번도 문제 삼은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개빈이 조용히 세라피나를 안고 산책하는 모습이나,
밤늦게까지 단어 하나 붙잡고 고민하는 모습을 더 사랑했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리처즈 가족이 살고 있는 데드그라스 아일의 집은
고트 가문 소유의 섬 부지 위에 세워진 저택이었다.

조용한 바다 전망,
사람 하나 없는 산책길,
창문만 열어도 들리는 파도 소리.

작가와 음악가 부부에게는 거의 꿈같은 환경이었다.

가끔 카산드라는 피아노를 치다가도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세라피나도 여기서 자라면
조용한 걸 좋아하게 되려나.”

그리고 그 순간마다,
옆에서 묵묵히 딸을 돌보고 있는 개빈을 보면
이 집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명성도, 수입도, 가문의 재산도 결국 배경일 뿐이었다.

카산드라가 진짜 좋아했던 건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며 웃어주는
개빈 리처즈 그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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