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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동산/플래전트

[기쁨동산 50] 6. 플래전트 가족 : 슬픔 뒤에 찾아온 사랑, 그리고 새로운 생명

by 플럼밥집사 2026.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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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즈 세계관 이야기] 플래전트 가족

플레전트 가문 : 완벽해 보였던 집 안의 균열플레전트뷰라는 이름은처음부터 이 가문을 위해 준비된 것처럼 보인다.플레전트(Pleasant).기분 좋은, 보기 좋은, 불편하지 않은.그리고 바로 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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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즈 세계관 이야기] 올디 가족

“시간이 쌓이면, 가족이 된다”기쁨동산에는 오래된 집들이 몇 채 있습니다.그리고 그 집들 중 하나에는, 아주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부부가 살고 있죠.허브 올디와 코럴 올디.이들은 이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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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전트 하우스 바로 옆에는
조용한 흰색 집 한 채가 있다.

큰 저택도 아니고,
화려한 대저택도 아니지만
햇빛과 식물, 그리고 잔잔한 물소리로 가득한 집.

그곳에는 허브 올디와 코럴 올디 부부가 살고 있다.

기쁨동산 사람들은 모두 이 부부를 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으며,
늘 단정한 모습으로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

둘은 오랫동안 성실하게 살아왔고,
이제는 은퇴 후의 시간을 천천히 보내고 있다.

아침에는 함께 커피를 마시고,
낮에는 수영장 옆 의자에 앉아 햇빛을 쬐고,
저녁이면 조용히 같은 식탁에 앉는다.

메리-수는 요즘 부모님을 자주 걱정한다.

두 사람이 점점 나이를 먹어가는 모습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함께 살자는 이야기도 여러 번 꺼냈다.

플레전트 하우스는 넓고,
경제적인 걱정도 없으며,
메리-수는 충분히 부모를 돌볼 수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허브와 코럴은 늘 부드럽게 웃으며 거절한다.

“우린 괜찮단다.”

그 말에는 딸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과,
오랫동안 둘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노부부의 조용한 자존심이 담겨 있었다.

대신 그들은 바로 옆집에 남았다.

필요하면 언제든 문을 열 수 있는 거리.
하지만 서로의 삶을 침범하지는 않는 거리.

메리-수는 부모님의 집에 올 때면
잠시 긴장을 내려놓는다.

플레전트 하우스에서는 늘
정리해야 할 문제와 감정들이 있었지만,

올디 부부의 집에는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메리-수가 평생 지키려 했던 “좋은 가족”의 모습은

아주 오래전부터 바로 이 집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메리-수는 그날도 평소처럼 부모님 집에 들렀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일이 조금 일찍 끝났고,
문득 부모님 얼굴이 보고 싶어졌을 뿐이었다.

허브는 소파에 누워 낮잠을 즐기고있었고,
코럴은 조용히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플레전트 하우스와는 다른 공기.

조용하고,
느리고,
아무도 긴장하지 않는 집.

메리-수는 잠시 그 평온함 속에 섞여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든다는 건
가끔 너무 갑작스럽게 현실이 된다.

허브가 갑자기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쓰러진 건
정말 순식간이었다.

메리-수는 처음엔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 멀쩡히 걸어다니던 사람이
갑자기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늘 침착하던 그녀의 얼굴이 처음으로 무너졌다.

메리-수는 급하게 허브에게 다가갔고,
손이 떨리는 채로 상태를 확인했다.

TV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창밖은 여전히 평온했다.

그런데 그 순간만큼은
집 안의 시간이 완전히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허브의 죽음을 마주하자마자 바로 
코럴은 설명할 수 없는 우울감에 잠기기 시작했다.

함께 늙어간다는 건
행복한 일인 동시에,

언젠가는 상대가 먼저 약해지는 모습을 바라봐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코럴은 처음으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사실을 실감한 듯 보였다.

장례식은 조용하게 진행됐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기쁨동산의 많은 사람들이 허브를 배웅하기 위해 모였다.

허브는 살아생전 대단한 성공으로 기억되는 심은 아니었다.

하지만 누구와도 크게 다투지 않았고,
오랜 시간 한 사람만 사랑했고,
늘 같은 자리에서 가족을 지켰다.

그의 삶은 조용했지만,
그래서 더 오래 기억될 종류의 삶이었다.

코럴은 장례식 내내 애써 말을 이어갔다.

몇 번이고 목소리가 떨렸고,
끝내 말을 잇지 못한 순간도 있었지만
그녀는 마지막까지 허브의 이름을 직접 불렀다.

메리-수와 안젤라, 릴리스도
각자의 방식으로 슬픔을 견뎠다.

안젤라는 끝까지 고개를 숙인 채 울음을 참았고,
릴리스는 사람들 틈 뒤에 서서 아무 말 없이 관을 바라봤다.

그리고 다니엘조차 그날만큼은 조용했다.

장례식이 끝난 뒤에도 코럴은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사람들이 하나둘 돌아간 뒤에도
그녀는 허브의 묘 앞에 오래 남아 있었다.

젊은 시절부터
평생을 함께 보낸 사람.

그 이름이 이제 비석 위에만 남아 있다는 사실을
코럴은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듯 보였다.

허브가 떠난 뒤,
올디 하우스는 너무 넓어졌다.

두 사람이 함께 살기엔 아담하고 따뜻했던 집은
혼자 남은 코럴에게는 지나치게 조용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밤이 되면
거실 TV 소리도,
주방의 작은 발소리도,
모두 사라진 집.

코럴은 한동안 끝까지 그 집을 지키려 했다.

아침이면 늘 하던 대로 커피를 내렸고,
허브가 앉던 자리에 무심히 시선을 두기도 했다.

하지만 습관은 사람을 위로하기도,
더 외롭게 만들기도 한다.

점점 코럴은
집 안의 침묵을 견디지 못하게 되었다.

메리-수는 더 자주 올디 하우스를 찾았다.

냉장고를 채워두고,
집 안을 정리하고,
일부러 저녁 시간을 함께 보내고 돌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돌아가는 메리-수는 엄마를 두고 간다는게 너무 힘이 들었다. 

결국 메리-수는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말했다.

“엄마… 이제 우리 집으로 와."

그러나 코랄은 또 거절을 하였다. 

그래서 플레전트가족 모두가 코랄에게 와서 설득을 했다.

딸은 거절했어도 손녀들을 거절할 수 없었던 코랄은 결국 플래전트 하우스로 들어가기로했다. 

코랄은 마지막으로 허브와 함께했던 수영장에서 수영을 해보고 

집을 둘러보았다.

허브와 함께 살아온 집을 뒤로한 채,
코럴은 천천히 플레전트 하우스로 향했다.

코럴은 올디 하우스를 떠나기 전,
허브와 함께 모아둔 전 재산을 조용히 은행 계좌에 넣어두었다.

평생 아끼며 살아온 두 사람답게,
통장에는 생각보다 큰 금액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코럴은 그 돈으로 새 삶을 시작한다기보다는,
그저 “앞으로 폐 끼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준비”처럼 여기고 있었다.

며칠 뒤, 그녀는 작은 짐 몇 개만 챙긴 채
플레전트 하우스로 들어왔다.

다니엘은 코럴의 합가를 반겼고,
안젤라는 거의 기다렸다는 듯 짐 정리를 도왔다.

그리고 비어 있던 릴리스의 방은
천천히 코럴의 방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다만 문제는, 코럴의 짐이 너무 적었다는 점이었다.

낡은 여행가방 하나.
상자 몇 개.
허브와 찍은 작은 사진 몇 장.

그게 거의 전부였다.

한때 두 사람이 함께 채웠던 삶은 분명 길었는데,
남겨진 물건들은 놀랄 만큼 소박했다.

릴리스 특유의 어둡고 거친 분위기가 남아 있던 방은
벽지를 바꾸고 가구를 조금 정리하자 훨씬 조용한 공간이 되었다.

하지만 방 한가운데는 이상할 정도로 휑했다.

플레전트 하우스에 들어온 뒤에도
코럴은 한동안 자신의 방을 제대로 꾸미지 못했다.

짐은 적었고,
무언가를 새로 들이고 싶은 마음도 크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천천히 가족들 곁에 머물기 시작했다.

안젤라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메리-수의 피곤한 얼굴을 살피고,
가끔은 다니엘의 어색한 농담에도 웃어주며
집 안의 빈틈을 조용히 메워갔다.

메리-수는 이미 오래전 대학 행정인 커리어의 최고 자리인 총장까지 올라 있었지만,
코럴은 최근에서야 문득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성공적으로 자란 딸.
제 길을 찾아가는 손녀들.
그리고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가족의 이름.

그 순간, 코럴은 뒤늦게
자신의 ‘명문가’ 야망이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허브와 함께 시작했던 작은 가정이
세대를 지나 여기까지 이어졌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코럴에게는 충분한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새로운 삶의 목표를 정했다.

바로 ‘이웃의 고민 상담가’.

조금 의외이면서도,
어쩌면 지금의 코럴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야망이었다.

이제 그녀는 누군가를 성공시키는 사람보다는,
누군가의 외로움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

혼자 남겨지는 기분이 어떤 건지,
이제는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으니까.

릴리스는 그 뒤로도 부쩍 플레전트 하우스에 자주 들렀다.

예전 같으면 집에 들어오자마자 메리-수와 부딪히거나
다니엘을 무시한 채 방으로 올라갔겠지만,
요즘의 릴리스는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아마 코럴 때문이었을 것이다.

혼자가 된 할머니를
릴리스 나름의 방식으로 신경 쓰고 있는 게 분명했다.

코럴 역시 그런 릴리스가 싫지 않았다.

둘은 거창한 대화를 나누진 않았지만,
같은 공간에 함께 앉아 있는 시간만으로도
조금씩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리고 의외였던 건 다니엘이었다.

그는 괜히 코럴 주변을 맴돌며
차를 따라주거나, TV 리모컨을 건네주거나,
사소한 농담을 던지곤 했다.

아주 서툴고 어색한 방식이었지만
나름대로 코럴을 신경 쓰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슬픔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코럴은 여전히 가끔
아무도 없는 옷장 안으로 들어가
혼자 조용히 울곤 했다.

허브와 함께 보낸 시간은
너무 길었고, 너무 익숙했으니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날들 사이로 작은 행복들이 다시 스며들기 시작했다.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시간.
누군가가 만들어준 따뜻한 음식.
집 안에서 들려오는 사람 목소리.

코럴은 문득 깨달았다.

슬픔은 아직 남아 있지만,
그 슬픔만으로 하루가 전부 채워지지는 않는다는걸.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어쩌면 정말 맞는지도 몰랐다.

플레전트 하우스가
조금씩 다시 사람 사는 집처럼 변해가던 무렵,

안젤라와 파올로 역시
여전히 연애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날 밤에도 그는
늦은 시간 플레전트 하우스 앞으로 찾아왔다.

별다른 약속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안젤라를 잠깐이라도 보고 싶어서.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두 사람은 한참을 손을 붙잡고 이야기를 나눴다.

 

집안에는 아직 허브를 잃은 슬픔과
코럴의 조용한 그리움이 남아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젊은 연인의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안젤라는 익숙한 듯 파올로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릴리스와 잭은 여전히 
문신을 배우는 학생과 가르치는 스승의 사이로 잘 지내고 있다. 

릴리스는 특유의 반항적인 감각으로
잭의 작업실 분위기에 금세 녹아들었고,

잭 역시 어딘가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사는 듯한 릴리스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둘은 작업 이야기를 하다가도
어느새 음악 취향 이야기를 했고,

새벽까지 남아
낙서 같은 디자인을 함께 수정하기도 했다.

그저 편한 사이였다.

적어도 릴리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평소처럼 장난을 치며 웃고 있던 잭이
갑자기 아주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말했다.

“릴리스, 우리… 사귀어볼래?”

그리고 그 순간.

띠로리—

릴리스의 머릿속에도,
플레이어의 머릿속에도 동시에 알림창이 뜬 것만 같았다.

릴리스는 순간 얼어붙었다.

릴리스는 아마도 여태 스승님으로 생각했지만 

이미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본인도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와서 보니 그런것같았다. 

릴리스는 살짝 웃으며 그의 고백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잭은
세상 다 가진 얼굴로 하트를 뿜어대기 시작했고,

릴리스는 그 모습을 보며
“아, 이 사람 생각보다 더 귀여운 타입일지도 모르겠다.”

라고 생각했다. 

메이브 리브는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요즘 들어 자꾸만 들려오는
릴리스의 연애 이야기 때문이었다.

단짝 친구인 잭과
베프가 되어버린 릴리스.

둘이 함께 있는 사진은 늘 웃고 있었고,
릴리스는 예전보다 훨씬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메이브는 어느 날 조용히
‘큐피트의 조언’을 열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연결된 상대는 - 녹스 그린버그

의외였다.

자연주의자에 가까운 녹스와
화려한 도시 생활을 좋아하는 메이브는
겹치는 점이 거의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만나보니
생각보다 대화가 잘 통했다.

녹스는 말이 많지 않았지만
상대 이야기를 꽤 진지하게 들어주는 타입이었고,

메이브 역시 그 차분함이 나쁘지 않았다.

“어라… 생각보다 괜찮은데?”

딱 그 정도의 첫 데이트.

억지 설렘은 없었지만
다음에 한 번 더 만나볼 수는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반면 우연히 연결된 또 다른 매칭 상대,
채즈 골드스타인과는 영 아니었다.

채즈는 지나치게 자기 이야기를 많이 했고,
메이브는 대화 내내 어딘가 붕 뜬 기분이었다.

결국 둘은
깔끔하게 친구로 남기로 했다.

나쁘게 끝난 건 아니었다.

그냥 서로의 세계가 달랐을 뿐이다.

한편 잭과 릴리스는
연애도 연애지만 의외로 사업 궁합이 엄청났다.

INK는 이제 손님이 몰리는 인기 타투샵이 되었고,

둘은 일주일에 단 이틀만 가게를 열어도
충분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남은 5일은 거의 둘만의 시간이었다.

늦잠을 자고,
같이 음악을 듣고,

릴리스가 잭 작업실 소파에 누워
멍하니 스케치를 바라보는 날도 많았다.

그리고 잭은 그런 릴리스를 볼 때마다 웃었다.

릴리스는 잭이 정말 좋았다.

생각보다 더 많이- 

처음 플래전트 하우스로 들어올 때
릴리스가 들고 온 돈은 약 7만 시몰레온 정도였다.

그녀는 그 돈을 별생각 없이 통장에 넣어두었는데,

그 7만시몰레온이 11만시몰레온이 된것이다!!! 

릴리스는 아직도 가끔
숫자를 보고 멍해질 때가 있었다.

“정말 돈이 돈을 버는구나!? 나 벌써 11만 시몰레온이 되었어!!”

그리고 잭은 그런 반응을 볼 때마다
괜히 아무렇지 않은 척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잭은 이미 꽤 부자였다. 

근데 본인은 여전히 낡은 민소매를 입고
새벽까지 작업하는 타입이라
잘 티가 안 날 뿐이었다.

릴리스는 잭의 그런 점까지도 마음에 들었다.

릴리스는 원래 결혼 같은 건 별로 믿지 않는 타입이었다.

좋아하면 같이 있는 거고,
아니면 떠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잭과의 관계도 처음엔 가볍게 시작된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갈수록 더 편해졌고,

같이 있는 하루들이
너무 자연스러워졌다.

가게에서 같이 일하고,
새벽에 라면 끓여 먹고,

별것도 아닌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소파에서 잠드는 생활.

 

릴리스는 어느 순간 깨달았다.

아, 나 이 사람이랑 진짜 오래 있고 싶구나.

그리고 잭도 비슷했던 모양이다.

어느 날은 릴리스가 괜히 장난스럽게 미래 이야기를 꺼냈다가,

결국 둘은 꽤 진지한 약속을 하게 되었다.

비 오는 날,
꽃 장식 아래에서 둘은 조용히 결혼식을 올렸다.

거창한 하객도,
화려한 이벤트도 없었지만,

릴리스는 그 순간이 이상하리만큼 마음에 들었다.

잭은 여전히 웃고 있었고,

릴리스는 그 웃는 얼굴을 보다가 같이 웃었다.

플래전트 하우스의 문제아 같던 릴리스가
이렇게 안정적인 표정으로 서 있는 날이 올 줄은,

아마 본인도 몰랐을 것이다.

임신.

릴리스는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자신이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도무지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잭은
생각보다 훨씬 먼저 웃어버렸다.

그 특유의 사람 좋은 얼굴로
릴리스 손을 꼭 붙잡은 채.

마치 오래전부터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사람처럼-

마음 한구석은 이상할 정도로 따뜻했다.

한때는 집을 뛰쳐나가고 싶어 했던 문제아 소녀가,

이제는 누군가와 미래를 이야기하고,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

인생은 정말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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