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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아 드리머가 태어난 후, 더크와 루나의 일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밤중 수유, 기저귀 갈기, 이유 없는 울음.
게임 대회도, 스트리밍도 잠시 뒤로 미뤄졌다.
더크는 회사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엘리아를 안아 올렸다.
하지만 초보 아빠에게 육아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루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기를 침대에 눕혀야 하는데 바닥에 내려놓고,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데 장난감을 먼저 챙기고,
잠깐 한눈판 사이 엘리아는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
그래도 두 사람은 포기하지 않았다.
실수하면 다시 배우고,
모르면 함께 찾아봤다.

어느 날 밤.
엘리아는 처음으로 부모 품이 아닌 아기 침대에서 스스로 잠이 들었다.
별것 아닌 일이었지만,
더크와 루나는 한참 동안 침대 옆에 서서 그 모습을 바라봤다.
그 순간만큼은 돈도, 일도, 미래도 중요하지 않았다.
엘리아의 작은 숨소리가
드리머 가족의 새로운 행복이 되어가고 있었다. 🍼💛

루나의 하루는 요즘 매일같이 전쟁이다.
살면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아침에 눈을 뜨면 엘리아 밥을 먹이고,
잠시 집안일을 하다가 다시 기저귀를 갈고,
목욕을 시키고,
놀아주고,
재우고.
그 사이 식사는 대충 때우기 일쑤였다.

한때는 십자수를 놓고,
꽃을 가꾸고,
제빵을 즐기던 루나였지만 요즘은 그런 여유조차 사치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엘리아가 목욕하며 까르르 웃을 때면,
힘들었던 마음이 조금씩 녹아내렸다.

저녁이면 더크가 퇴근해 집으로 돌아왔다.
더크 역시 피곤했지만 곧바로 엘리아 곁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잠든 엘리아를 바라보며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예전처럼 둘만의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외롭지는 않았다.
바닥에서 뒤집기를 연습하는 작은 아이 하나가
집 안의 모든 풍경을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우리 잘하고 있는 걸까?"
루나가 조용히 묻자 더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겠어. 근데 엘리아가 웃는 걸 보면 아닌 것 같진 않아."
루나는 처음으로 조금 안심했다.
완벽한 부모는 아니어도,
엘리아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부모는 되어가고 있었다. 💛


한편,
딜런과 대런이 살고 있는 뉴크레스트의 작은 집은 여전히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아들 더크는 독립했고,
손녀 엘리아까지 태어났지만 두 사람의 일상은 조용히 흘러갔다.
아침이면 함께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의 하루를 산다.
대런은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딜런은 여전히 꽃을 가꾸었다.

최근 딜런은 꽃꽂이에 푹 빠져 있었다.
마당에서 직접 키운 꽃을 하나씩 모아 작은 꽃다발을 만들고,
집 안 곳곳을 장식하는 것이 새로운 즐거움이 되었다.
유령이 되어도 좋아하는 것은 쉽게 바뀌지 않는 모양이었다.
대런은 그런 딜런의 모습을 바라보며 웃곤 했다.


요즘 대런은 유난히 손을 자주 다친다.
망치를 들면 손가락을 찍고,
못을 박으면 엉뚱한 곳을 치고,
수리를 하려 하면 꼭 작은 사고가 생겼다.
딜런은 그 모습을 볼 때마다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아직도 그러네."
"원래 안 그랬거든."
"아니, 원래 그랬어."
대런은 억울해했지만 딜런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저녁 식사를 하던 중,
딜런의 휴대전화에 익숙한 이름이 떠올랐다.
더크 드리머.
"엄마, 우리 집에 놀러 올래?"
딜런은 잠시 미소를 지었다.
아들이 먼저 연락해 오는 일은 언제나 반가웠다.

산 세쿼이야에 도착하자 더크는 곧바로 엘리아를 안고 나왔다.
딜런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손녀는 생각보다 작았고,
생각보다 더 사랑스러웠다.
더크는 엘리아를 안은 채 어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직장 이야기.
육아 이야기.
그리고 잠이 부족한 요즘의 생활까지.
딜런은 아들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예전에는 부모가 걱정하던 아이였는데,
이제는 누군가의 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잠시 후.
엘리아는 거실 놀이매트 위에 누워 뒤집기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더크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딸과 놀아주었다.
딜런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문득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어린 더크가 처음 뒤집기에 성공했을 때.
처음 걸음마를 했을 때.
처음 학교에 갔을 때.
그때는 몰랐지만,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가는 것이었다.

함께 밥을 먹고싶어도 엘리아때문에 함께 먹을수가 없었다.
루나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지만,
엘리아를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누구보다 따뜻했다.
딜런은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 아들이 좋은 사람을 만났구나.'

요즘 집안의 고장 난 물건이나 수리는 전부 딜런의 몫이 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대런이 유난히 손재주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사실 싫어한다기보다는...
못했다.
망치를 들면 손가락을 찍고,
수도관을 고치려다 물바다가 되고,
샤워기를 만지면 어딘가가 또 고장 났다.
결국 대런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냥 내가 사람 부를게."
"당신이 부르기 전에 내가 고치는 게 빠르겠어."

처음에는 딜런도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일이었다.
유령이 된 몸으로 렌치를 들고,
샤워기를 분해하고,
낡은 가구를 수리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생각보다 재미있었던 것이다.
하나씩 고칠 때마다 실력이 늘어났고,
어제 못하던 것을 오늘은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새 딜런은 틈만 나면 작업대로 향했다.
꽃꽂이를 하던 손으로 못을 박고,
정원을 가꾸던 손으로 목재를 다듬었다.
대런은 그런 딜런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언제부터 그런 걸 잘했어?"
"나도 몰라."
"유령 되면 재능이 생기나?"

이제 딜런의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최고의 장인을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집 안의 물건 정도는 직접 만들고 싶었다.
어쩌면 언젠가는 엘리아에게 줄 물건도 만들 수 있을지 몰랐다.
그 생각을 하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손녀가 쓸 장난감.
손녀가 앉을 작은 의자.
혹은 손녀 방에 놓일 장식품.
시간은 많았다.
유령이 된 뒤로는 특히 더.
그날도 딜런은 작업대 앞에 섰다.
그리고 대런은 멀찍이 떨어져 말했다.
"조심해."

딜런은 꽤 오래전부터 십자수를 만들어 플롭시에 판매하고 있었다.
더크가 대학을 다닐 때도,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에도,
딜런은 꾸준히 작품을 만들어 생활비에 보탰다.
정원에서 키운 꽃을 팔고,
직접 만든 십자수를 팔고,
뜨개질을 해서 팔고,
그렇게 조금씩 드리머 가정을 도왔다.

최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주문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이었다.
작품 하나를 배송하면 또 주문이 들어오고,
후기가 올라오면 새로운 손님이 찾아왔다.
"이 제품 정말 마음에 들어요."
"또 다른 디자인도 있나요?"
"선물용으로 하나 더 주문할게요."
딜런은 이제 익숙하게 답장을 보내고 포장을 준비했다.
대런은 그런 딜런을 보며 웃었다.
"당신 이제 거의 사업가네."
"사업가까지는 아니고."

최근 대런에게는 작은 고민이 하나 생겼다.
아니, 행복한 고민인가?
아들 더크가 너무 자주 연락한다는 것이었다.
아침에는 전화.
점심에는 메시지.
저녁에는 공원에서 만나자는 초대.
다음 날에는 또 전화.

처음에는 대런도 반가웠다.
하지만 어느 날 딜런이 물었다.
"더크 또 전화야?"
"응."
"어제도 하지 않았어?"
"응."
"그제도?"
"응."
대런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이정도면 독립 안 한 거 아냐?"

대런은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싫지는 않았다.
아무리 성인이 되어도,
아무리 아버지가 되어도,
더크는 여전히 가끔 아빠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대런도 알고 있었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괜히 반가워진다는 것을.


늦은 밤.
대런이 막 설거지를 마치려던 순간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자 더크가 서 있었다.
이 시간에 찾아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더크의 표정도 평소보다 진지했다.
"아빠, 잠깐 이야기할 수 있어?"

두 사람은 식탁에 마주 앉았다.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더크는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루나가 요즘 많이 힘들어해."
대런은 고개를 끄덕였다.
손녀를 보러 갔을 때도 느꼈다.
루나는 늘 웃고 있었지만 많이 지쳐 보였다.
"엘리아는 점점 커가고,
난 회사 일도 있고..."
더크는 잠시 말을 멈췄다.
"가끔은 둘만으로는 벅찰 때가 있어."
대런은 조용히 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잠시 후.
더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빠."
"응."
"우리 다시 같이 사는 건 어때?"
식탁 위의 공기가 잠시 멈췄다.
대런은 예상하지 못한 제안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순간.
옆방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딜런도 합석했다.
더크는 웃으며 말했다.
"엘리아도 할아버지, 할머니랑 더 자주 지낼 수 있고."
"루나도 조금은 숨 돌릴 수 있을 거 같아."
"그리고..."
더크는 멋쩍게 웃었다.
"나도 좋고."
대런은 대답 대신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아들이 독립하던 날.
다시는 함께 살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건,
생각보다 멀리 가지 않는 법이었다.
뉴크레스트의 작은 집에는
오랜만에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기고 있었다.
그날 밤 늦게까지 이어진 가족회의 끝에,
드리머 가족은 모두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다시 함께 살자."

그렇게 가족들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나섰다.
드리머 본가 집은 추억이 많았지만,
다섯 식구가 함께 살기에는 너무 좁았다.
산 세퀘이아의 더크와 루나가 사는집도 방이 부족하다.
특히 이제는 기어 다니기 시작한 엘리아까지 생각하면
공간이 더 필요했다.
그렇게 가족들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택한 곳은
아이 키우기 좋은 마을로 유명한
산 세쿼이아의 호프웰 힐즈



넓은 마당.
조용한 이웃.
가족 중심적인 분위기.
무엇보다 엘리아가 자라기에 더없이 좋은 동네였다.

"생각보다 크네."
대런이 말했다.
"엘리아가 뛰어다니기엔 충분하겠는데."
더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루나는 품 안의 아이를 토닥이며
새 집을 둘러봤다.
"여기서 오래 살게 될 것 같아."

현관을 들어서면 넓은 거실이 펼쳐졌고,
주방과 식당은 온 가족이 모여 식사하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가족 모두에게 각자의 공간이 생겼다는 점이었다.
1층 안쪽에는
대런과 딜런의 방이 나란히 자리 잡았다.
그리고 1층 서재.
그곳은 자연스럽게
대런과 더크의 공동 작업실이 되었다.
더크의 컴퓨터와
대런의 이젤이 있다.
각자 작업을 하다가도
커피 한 잔 들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

2층은 젊은 부부의 공간이었다.
더크와 루나의 침실.
그리고 아기방이 마련되었다.
루나는 창문을 열어 보았다.
부드러운 바람이 들어왔다.
멀리 산 세쿼이아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여기서 아이 키우기 좋겠다."
그 말에 더크는 미소 지었다.

하지만 사실 이 집의 진짜 주인공은
집 안이 아니었다. 뒷마당이었다.
넓은 잔디밭.
놀이터.
모래놀이 공간.
온실.
데크.
그리고 거대한 나무까지.
엘리아가 걸음마를 시작하면
하루 종일 뛰어놀아도 모자랄 만큼 넓었다.

딜런은 데크에 앉아 마당을 바라보다가
작게 웃었다.
이제 그녀는
손녀가 뛰어노는 모습을 보며
조용히 십자수를 놓을 수 있다.

대런은 여전히 화가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있고,
더크는 아빠가 되어가고 있으며,
루나는 조금씩 여유를 되찾고 있다.
그리고 엘리아는
온 가족의 사랑 속에서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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