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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동산/랭거랙

[기쁨동산 56] 6.랭거랙 가족 : 파혼 후 떠난 휴가 그리고 인생

by 플럼밥집사 2026.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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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즈와의 파혼 이후에도 일상은 계속되었다.

휴고와의 만남은 남아 있었지만 아직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알 수 없었다.

케일린은 다시 휴가를 떠났다.

이전에도 한 번 머물렀던 곳이었다.

익숙한 거리.

익숙한 공기.

그리고 익숙한 얼굴 하나.

라니였다.

셀바도라다에서 처음 만났던 검은 고양이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라니는 케일린을 기억하는 것처럼 보였다.

케일린 역시 별다른 망설임 없이 라니 곁에 머물렀다.

잠시 여행을 온 사람과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고양이.

둘은 자연스럽게 다시 친구가 되었다.

케일린은 라니를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라니는 케일린 곁을 떠나지 않았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시장을 둘러보는 동안에도.

잠시 멈춰 서 있는 동안에도.

라니는 늘 근처에 있었다.

마치 원래부터 함께 살았던 것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라니는 심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예상 밖으로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첫 팔로워들이 생겼고,

작은 선물도 도착했다.

라니는 다정한 고양이였다.

케일린이 움직이면 따라 움직였고,

멈추면 곁에 앉았다.

특별한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존재감이 컸다.

어쩌면 케일린이 최근 만난 누구보다도 가까운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셀바도라다에는 이상한 힘이 있었다.

처음 왔을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결혼과 연애 문제를 고민하던 케일린은 어느새 전혀 다른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고고학이었다.

노점상 사이를 천천히 둘러보며 탐험용 장비를 구입했다.

마체테.

보급품.

벌레 퇴치제.

평범한 휴가 여행객이 사기에는 다소 수상한 물건들이었다.

하지만 케일린은 생각보다 진지했다.

셀바도라다의 정글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유적들이 남아 있었다.

케일린은 결국 벨로미시아 기념지로 향했다.

휴양지보다 탐험지가 더 흥미롭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글 입구는 생각보다 험했다.

덩굴은 길을 막고 있었고,

표지판은 무언가를 경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케일린은 그런 종류의 경고를 잘 읽지 않는 심이었다.

마체테가 몇 번 움직였다.

덩굴은 잘려 나갔다.

길도 열렸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평범한 휴가는 끝났다.

정글 깊숙한 곳에는 오래된 유적이 남아 있었다.

돌기둥 위에는 반짝이는 유물이 놓여 있었다.

누군가 일부러 전시해둔 것처럼 보였다.

보통의 심이라면 의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케일린은 최근 고고학 기술을 배운 참이었다.

기술을 배운 심들은 대체로 자신감이 넘친다.

실력과는 별개로....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함정은 제대로 작동했다.

보물은 그대로 남았다.

케일린만 흙투성이가 되었다.

검게 뒤덮인 옷.

흙 묻은 얼굴.

그리고 빈손.

정글은 생각보다 거대했다.

케일린은 여러 번 길을 잃었고,

여러 번 돌아갔다.

그래도 이상하게 포기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정글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풍경은 달라졌다.

덩굴은 더 두꺼워졌고,

유적은 더 거대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눈앞에 오래된 도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폭포와 돌계단.

세월에 잠식된 건물들.

누가 만들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거대한 구조물.

케일린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최근 몇 주 동안 케일린의 머릿속은 늘 복잡했다.

채즈.

휴고.

파혼.

계속 바뀌는 관계.

하지만 정글은 그런 고민에 관심이 없었다.

수백 년 동안 그 자리에 있었던 돌들은 케일린의 사정을 알지 못했고,

알 필요도 없었다.

그 풍경은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물론 감동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글은 언제나 대가를 요구했다.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다시 덩굴을 베어내던 중이었다.

무언가가 움직였다.

처음에는 바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바람이 아니었다.

재규어였다.

녀석은 정글 속에 숨어 케일린을 지켜보고 있었다.

놀란 쪽은 케일린뿐이었다.

재규어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녀를 발견한 상태였다.

케일린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움직이지도 못했다.

도망치지도 못했다.

잠시 후 재규어는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정글의 주인처럼.

원래부터 그곳이 자신의 영역인 것처럼.

다행히 녀석은 공격하지 않았다.

잠시 케일린을 바라보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숲속으로 사라졌다.

케일린은 살아남았다.

하지만 용감해서 살아남은 것은 아니었다.

그냥 재규어가 관심이 없었던 것에 가까웠다.

정글은 예상보다 후했다.

물론 재규어를 만났고,

흙투성이가 되었고,

보물도 몇 번 놓쳤다.

하지만 빈손으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정글 깊은 곳에는 예상치 못한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흐르는 모래에 빠진 가방.

누군가 급하게 두고 간 듯한 물건들.

그리고 오래된 유적 사이에 숨겨진 작은 보물들..

케일린은 이번에도 운이 좋은 편이었다.

가방은 건져냈다.

몇 가지 유물도 발견했다.

비록 마체테 하나를 잃어버리긴 했지만,

셀바도라다에서는 꽤 흔한 거래처럼 보였다.

탐험이 계속될수록 케일린은 조금씩 요령을 익혀갔다.

반짝이는 상자를 발견하기도 했고,

흙더미 속에서 유물을 찾아내기도 했다.

고고학 기술은 아직 초보 수준이었지만,

적어도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는 알기 시작했다.

물론 정글은 끝까지 친절하지 않았다.

벌 떼가 나타났다.

케일린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평소처럼 일단 부딪혀 보기로 결정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벌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케일린만 도망쳤다.

그날 하루 동안 케일린은

재규어를 만났고,

벌 떼에게 쫓겼고,

모래에 빠진 가방을 건져냈고,

유물을 발굴했다.

휴가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과격한 일정이었다.

어느새 해가 저물었다.

정글은 낮보다 밤이 더 무서운 곳이었다.

길은 보이지 않았고,

소리만 남았다.

케일린은 더 깊이 들어가는 대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따뜻한 물로 몸을 씻었다.

옷에 묻은 흙도 털어냈다.

하루 종일 긴장했던 몸이 조금씩 풀렸다

그리고 늦은 저녁을 먹었다.

평범한 식사였다.

특별한 보물도,

전설적인 발견도 없었다.

그저 배고픈 탐험가의 저녁 식사였다.

하지만 이상하게 만족스러웠다.

최근 케일린의 삶은 늘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으로 채워져 있었다.

연락을 기다리고,

관계를 고민하고,

선택을 망설였다.

밖에서는 여전히 정글 소리가 들렸다.

다음번 탐험은 만발의 준비를 하고 가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잠이 들었다. 

이번 휴가는 이렇게 끝이났다.

이번 휴가에서 가장 큰 수확이 무엇이었는지 묻는다면,

유물도 아니고,

보물도 아니고,

고고학 기술도 아닐 것이다.

셀바도라다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 검은 고양이.

그리고 이제는 가족이 된 라니.

케일린은 잠시 라니를 안고 있었다.

라니는 평소처럼 얌전히 품 안에 머물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보였다.

결국 케일린은 휴가를 하루 더 연장하지 않았다.

정글은 그대로 남겨두기로 했다.

보지 못한 길도,

열지 못한 문도,

다음 탐험을 위해 남겨두었다.

셀바도라다에서 돌아온 뒤 가장 먼저 바뀐 것은 케일린이 아니었다.

집이었다.

집에는 원래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방이 하나 있었다.

손님방.

누군가 머물 수도 있었고,

누군가 함께 살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남겨둔 공간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 방을 사용한 심은 거의 없었다.

머물렀던 사람들은 있었지만,

결국 모두 떠났다.

케일린은 방의 용도를 바꾸기로 했다.

침대를 치웠다.

가구를 옮겼다.

그리고 새로운 물건들을 들여놓았다.

캣타워.

장난감.

휴식 공간.

손님방은 더 이상 손님방이 아니었다.

라니의 방이 되었다.

집 밖에도 작은 변화가 생겼다.

사료 그릇이 놓였고,

화장실이 생겼고,

라니가 쉴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케일린의 집에는 이제 고양이를 위한 자리가 있었다.

뜻밖의 일자리 제안이 들어왔다. 

배우... 배우라니... 

솔깃해진 그녀는 바로 수락- 

"당신에게 딱 맞는 역할이 있습니다."

처음 제안받은 역할은 영화 《형사범》.

정의의 사도인 로 형사를 연기하는 역할이었다.

권장 기술이 운동 레벨 5.

"잠깐만...

나 정글에서 재규어한테 쫓겨다닌 사람인데?"

그래도 돈이 좋았다.

출연료는 무려 1,215 ~ 2,775 시몰레온.

케일린은 고민 끝에 수락했다.

촬영 전 분장실.

메이크업 담당자는 케일린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말했다.

"좋은 얼굴이네요"

변신이 시작됐다.

머리.

메이크업.

의상.

몇 시간 후.

거울 속에는 평범한 케일린 대신

강력계 형사가 서 있었다.

솔직히 조금 멋있었다.

아주 조금.

촬영장은 생각보다 정신없었다.

스태프들이 뛰어다니고,

배우들은 대사를 외우고,

조명은 계속 움직였다.

케일린은 처음이라 긴장했지만

생각보다 잘 해냈다.

하루 종일 촬영이 끝나고 결과 발표.

🥉 브론즈 등급 획득

💰 수입 1,995 시몰레온

⭐ 명성 상승

집으로 돌아온 케일린은 촬영장에서 받은 출연료를 확인했다.

생각보다 많은 돈이었다.

대성공은 아니었지만

첫 작품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인생은 참 이상했다.

한때는 남자에게만 목을 매고 살았던 케일린.

누군가의 관심을 받기 위해 애쓰고,
누군가의 사랑을 잃을까 불안해하던 날들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녀의 세상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글을 탐험하고,

재규어에게 쫓겨 달아나고,

검은 고양이 라니를 가족으로 맞이하고,

고고학에 흥미를 느끼고,

배우의 세계에 발을 들이고,

신인 배우라는 작은 명성까지 얻게 되었다.

예전의 케일린이라면 상상도 못 했을 일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세상에는 생각보다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다.

아직 유명 배우도 아니고,

대단한 탐험가도 아니고,

고고학자도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예전보다 훨씬 더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케일린은 문득 깨달았다.

어쩌면 행복은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는 과정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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