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스티브 포겔 : 오늘 나는 다시 꿈을 꿔 볼까?

🌙 스티브의 델솔밸리 라이프: “웃고 있어도 괜찮지 않아”

델솔밸리의 아침은 언제나 햇살이 밝다.
하지만 스티브 포겔의 하루는 그 밝음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전보다 팝콘을 덜 먹고, 웃음도 줄었다.
기지개를 켜는 대신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들다는 생각을 먼저 한다.
“오늘은 그냥… 침대 안에서 시간을 보낼까?”
그런 날이 많아졌다.

무언가를 시도했다가 거절당했던 기억은 여전히 마음 한편을 눌렀고,
길에서 민망했던 일들도, 재채기하다 흘렸던 감정들도
스티브는 쉽게 잊지 못한다.

 

 

“나는 말이지… 다 잊고 싶어. 근데 기억력은 참 좋아…”

누군가는 그를 낙천적이라 하지만,
요즘의 스티브는 자신도 모르게 조용히 멈춰선다.
냉장고 문을 열고 멍하니 서 있다가,
갑자기 "이게 무슨 냄새였더라…" 하고 혼잣말을 한다.

창피함, 슬픔, 그리움.
지금 스티브는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버티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가 아직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슬픔을 글썽이며 웃는 그 표정은,
아직 완전히 무너지진 않았다는 증거니까.

“나는 말이지… 우주보다 먼 냉장고 속을 탐험하고 있어.
그런데 요즘은,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겠어…”

 

🌙 축제의 밤, 그리고 첫 만남

샌미슈노의 하늘 아래, 오색등이 밤을 수놓는 축제의 거리.
그날 스티브는 친구들의 권유로 무심코 거리에 나섰고,
그곳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이름은 티 린.

모자는 눈을 반쯤 가렸고, 옷은 멀리서도 선명했다.
그녀는 낯선 도시를 여행 중이라 했고,
스티브는 오래전 그 말투를 들은 적이 있는 듯한 기분에 잠시 멈춰 섰다.

처음부터 그녀는 수상했다.
단순한 여행자로 보기엔, 대화 중 종종 흘리는 말투가 날카로웠다.
그는 알아차렸다.
그녀가 S.I.M.S의 요원이라는 것을.

하지만 이상하게도…
알아차린 후에도, 그는 그녀와의 대화를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날 밤, 그는 그녀와 셀카를 찍었고
티 린은 처음으로 환한 미소를 보였다.
그녀는 전화기 너머 누군가에게 사랑을 말했고,
스티브는 그 말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 착각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가 모르는 사이,
그녀는 그의 옆자리에 자연스럽게 앉아 있었다.
이름도, 목적도, 마음도…
서로 다른 두 사람은 그렇게 같은 벤치에 앉아 있었다.

🌌 꿈, 먼지, 그리고 한 장의 그림

델솔밸리의 공기는 오늘도 먼지투성이지만,
스티브는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축제 한켠, 누군가 그려둔 작은 풍경화를 보았을 때였다.
파스텔 톤의 작은 마을, 잔디밭, 교회 종탑, 그리고 빨간 지붕.
딱히 특별할 건 없었지만, 그 풍경엔 무언가 있었어.
스티브는 한참이나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오래전 꿈이 떠올랐다.

"나도 언젠간… 부모가 되고 싶었지."
그 마음은 과거의 감정일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분명하게 살아 있었다.

그러나 스티브의 하루는 항상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아.
이정표를 희생하고, 거절당한 기억에 눌리고,
심지어는 침대에서 일어나기도 힘든 날이 많지.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살아가는 게 쉬운 줄 아세요?”
그저 한 번에 하루씩. 그게 스티브에게는 전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어딘가 다르게 느껴졌다.

그림 한 장이,
기억 한 줄이,
스티브 포겔이라는 사람을 아주 조금,
아주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족… 나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 탁한 공기, 그러나 맑아지는 마음

다음날, 여전히 황사 낀 날씨 속에서 스티브는 기침을 하며 외출 준비를 했다.
몸은 찌뿌둥했지만,
그의 무드렛은 말했다.

행복한 기분 (일 때문에)
유쾌한 심은 언제나 세상의 밝은 면을 보려 합니다!

그건 아주 작고 미약한 행복이었지만,
정체된 일상에서 피어나는 첫 번째 변화의 신호였다.

 

 

※ 이 일지는 계획된 스토리가 아닌, 심들의 자유의지에서 피어난 순간들을 기록한 관찰 일지입니다. 다만, 때때로 유저의 작은 바람이나 호기심이 개입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이야기는 언제나 그들로부터 시작돼요. 그렇기에 더 예측할 수 없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