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온 지 며칠 된 심, 스티브.
그의 새 집은 정말 텅 비어 있었다.
꼭 필요한 가구 몇 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어서 그런지,
스티브는 집 안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쓸쓸하게 느껴졌다.
식탁도 아닌, 주방 조리대에 기대 앉아
말없이 음식을 씹는 모습은 뭔가… 좀 안쓰러웠다.
밤이 되면 침대에 누워 엉엉 울기도 했다.
우울함이 하루 종일 그를 따라다니는 것 같았다.
한동안은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지냈다.
감정도 늘 ‘비통함’ 상태.
웃는 얼굴을 본 지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들이 인사를 왔다.
그 중 한 명의 얼굴을 본 순간… 스티브는 멈칫했다.
바네사 정.
믿을 수 없었다.
그녀가 바로 옆집에 살고 있다니.
더 충격적인 건, 그녀가 다른 남자와 결혼한 상태였다는 것.
멀쩡히 웃으며 인사하는 바네사,
접시 들고 있는 개빈,
그리고 혼란스러운 얼굴로 멍하니 서 있는 스티브.
그날, 스티브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바네사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을까?
그녀는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스티브는 순간 말을 잃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리처즈 개빈의 와이프였으니까.
그게 정말 충격이었다.
스티브는 바네사와 특별한 사이였던 건 아니었다.
그냥… 예전부터 마음속에 남아 있던 사람.
하지만 정작 자신은 준과의 관계가 질투와 감정 싸움으로 엉망이 된 끝에
결국 이혼까지 했는데,
그 바네사가 지금—
옆집에 살고 있고, 게다가 유부녀라는 사실.
그날 이후, 스티브는 바깥을 잘 나가지 않는다.
그 집 앞을 지나갈 때마다 마음이 묘해진다.
이게 시작일까? 아니면 그냥 잊지 못한 감정의 끝일까?
해 질 무렵, 어두워지기 직전의 하늘.
스티브는 오늘도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요즘 들어 감정 기복이 더 심해진 것 같다.
괜히 혼자 밥 먹으며 울컥하고, 침대에 누우면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난다.
이 동네에 오고 나서 벌써 며칠이 지났는데, 마음은 여전히 그 자리다.
그리고 문득 생각났다.
준이 매일 아침마다 조깅하던 그 길.
그 사람은 뭘 그렇게 열심히 달렸을까. 건강? 스트레스 해소?
아니면... 그때도 이미 뭔가를 견디고 있었던 걸까?
혼잣말처럼 중얼이며, 스티브도 그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천천히, 그러다 점점 속도를 올려 뛰기 시작했다.
땀이 흐르고, 숨이 차고, 다리가 아파올 때쯤.
비로소 머릿속이 조금 맑아졌다.
무언가가 아주 잠깐, 가슴 안쪽에서 풀리는 기분이었다.
달린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달릴 수 있다는 게 지금은 중요한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늘도, 스티브는 준이 달렸던 그 길 위를
혼자 달리고 있다.
스티브는 요즘 매일같이 운동한다.
그게 조깅이든, 팔굽혀펴기든, 이유는 단순하다.
뭔가 하지 않으면 망가질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집이다.
한쪽에는 먹다 남긴 접시가 쌓이고,
바닥에는 뭘 흘렸는지 눅눅한 얼룩이 생겼다.
근데 그런 집 안 한가운데서 팔굽혀펴기를 하는 이 남자…
운동선수의 자세랄까, 아니면… 그냥 아무것도 신경 쓸 힘이 없는 걸까.
냄새가 좀 나든 말든, 집은 어지르든 말든
지금은 그냥 ‘움직이는 것’만이 그에게 필요한 것 같다.
TV에서는 웃긴 장면이 나오는 중인데
그걸 보는 사람은 없고,
스티브는 거실 한복판 바닥에 엎드려 있다.
그저 이대로 멈추지 않기 위해.
하루라도 더 살아보겠다는 의지로.
운동이 삶을 바꾸지는 않겠지만,
가끔은, 그 하루를 버티게 해주긴 하니까.
※ 이 일지는 계획된 스토리가 아닌, 심들의 자유의지에서 피어난 순간들을 기록한 관찰 일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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