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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즈4 갤러리 월드/에미코 & 발레리아

1. 발레리아 로페즈 : 사랑도 일도 틀어졌지만, 괜찮아. 아직 내 챕터는 시작 중이니까.

by 플럼밥집사 2025.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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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아 로페즈 (Valeria Lopez)

발레리아는 세상 자체가 그녀의 놀이터였어요.
어릴 적 일본에서 외가와 함께 지낸 시간을 시작으로, 아버지의 연구를 따라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자랐습니다.
그녀의 삶은 언제나 이동 중이었고, 정착보다는 모험이 익숙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마음 한편엔 언제나 한 사람이 자리하고 있었어요.
어린 시절 일본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던 가장 친한 친구, 에미코 모리.
여전히 연락을 이어오고 있지만, 이제 성인이 된 발레리아는 스스로 묻고 있어요.
"이제는 내 삶을 내가 정해야 하지 않을까?"

예술을 사랑하고, 가족을 소중히 여기며, 자신감 넘치는 성격의 발레리아는
이제 그녀만의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려 해요.
아버지의 베네수엘라 유산을 따라갈지, 또 다른 대륙을 향해 떠날지,
아니면 오래된 그리움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갈지…
그녀의 여정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감정의 선으로 이어져 있어요.

발레리아는 요즘 스스로의 삶을 하나하나 정리해나가는 중이었다.
익숙한 이사, 익숙한 이별들…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정착.

그런 어느 날 밤.
휴대폰에 낯선 번호가 떴다.

“안녕, 당신은 날 모를 거예요.”
라고 시작한 그의 말은, 너무 뜬금없었지만… 솔직히 약간 설레기도 했다.
이 도시엔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이런 우연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으니까.

“오, 신기하네요… 물론이죠!

발레리아는 그렇게, 전화 너머의 낯선 감정에 조심스레 마음을 열었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 빠르게 일어났다.
“서로 매우 만족합니다.”라는 알림이 떴을 즈음, 그녀는 이미 **그의 이름이 ‘마코아 케알로하’**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리고 잠시 후, 그가 유부남이라는 사실도 알아버렸다.

진심으로 화가 났다.
발레리아는 부드러운 사람이지만, 거짓말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를 밀쳐냈다.
말 그대로.

“꺼져요. 지금 당장.”

그렇게 단 세 번의 상호작용으로, 둘 사이의 파란 막대는 그대로 빨갛게 식어갔다.
아주 빨갛게.

그를 보내고 혼자 남은 밤,
발레리아는 잠시 멍하니 앉아 생각했다.
아직은 새로운 사랑을 맞이할 준비가 안 됐던 건지도 몰라.
아니면, 그 사람이 아니었던 것뿐일 수도 있고.

하지만 그녀는 분명히 느꼈다.
이제는 누군가를 기대하고 싶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고.

다만 그게… 남의 남자만 아니었으면 좋겠다.

다음엔 정말 괜찮은 사람을 만나자고,
스스로에게 조용히 다짐하며, 발레리아는 잠든 도시의 창문을 닫았다.

“그냥… 자만추하자.”

낯선 유부남과의 짧은 해프닝을 뒤로하고,
발레리아는 다시 본래의 리듬으로 돌아가 보기로 했다.
자신의 일, 자신의 공간,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낼 무언가에 집중하기로.

드디어 찾아온 첫 인테리어 의뢰.
고객은 바로 기본심 ‘그린버그’.

이름만 듣고는 살짝 긴장됐지만, 발레리아는 프로답게 첫 미션을 받아들였다.
계약 내용: 방 리모델링 / 오전 9시~오후 9시 / 예산 §5,281

현장을 방문한 그녀는 밝은 미소로 고객을 맞이했고,
준비한 색상 견본을 꺼내며 정중히 고객의 취향을 파악하려 애썼다.

“자, 이쪽은 좀 더 따뜻한 계열이고요. 여기는 모던하면서 정리된 느낌이에요.”
그린버그는 무표정했지만, 관심 있게 들어주는 듯 보였다.
처음 치고는 괜찮은 흐름이었다.

현장 사진을 찍고,
노트에 고객의 말을 하나하나 적으며,
발레리아는 최대한 성실하게 임했다.
그리고 마침내… 공사 완료.

…그런데 말입니다.

결과는?

받은 돈: §0
전문적 평판: 하락

...?

발레리아는 허탈한 표정으로 결과 창을 바라봤다.

돈도 못 받고, 평판은 깎이고,
게다가 고객은 아무 말도 없이 휙 들어가버렸다.

“설마 그 샘플 고를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던 건가…?”
아니면
“침대 색이 너무 따뜻했나?”

머릿속에서 자꾸 리플레이가 돌아가지만,
이미 끝난 계약이었다.

발레리아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퇴근 버튼을 눌렀다.
“첫 계약이었는데… 이런 거였냐고…”

“에라잇, 일도 안 되고 사람 복도 없고… 그럼 그냥 바에나 가자.”

발레리아는 퇴근하자마자 바에 들어섰다.
창가에 앉아 플럼베리 과즙 한 잔을 주문하고,
잔을 들어 올릴 때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나마 이건 배신 안 하네."

잔 너머로 보이는 브릴들턴의 조용한 밤 풍경,
그리고 그 속에서 홀로 와인을 음미하는 자신이 조금은 멋있다고 느꼈다.

메이 프레스콧 교장선생님…과 헌팅턴 3세.

“아니… 교장선생님, 이번 세이브에선 또 이분이에요?”
이렇게 모든 저장파일마다 결혼하시고, 아이도 낳으시고, 늘 사랑에 진심이시구나 - 

그 순간,
왠지 모르게 마음 한켠이 따뜻해졌다.

누군가는 매 세이브파일마다
다른 인생, 다른 사람과 사랑을 시작한다는 게.
그게 어쩌면 인생이 계속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고.
계속 실망하고, 다시 시작하고, 또 다시 웃고.

발레리아는 조용히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의 이야기도 이제 막 시작일 뿐이라고.

그렇게 기분을 살짝 정리한 뒤,
그녀는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야외 요가 수업에 참석했다.
도심과는 다른 여유로운 공기 속에서,
오랜만에 들이쉬는 심호흡이 가슴속을 정리해주는 듯했다.

달빛 아래에서 혼자 움직이는 팔과 다리,
몸이 늘어나고 마음도 늘 어나는 순간들.

발레리아는 그곳에서 클라라 비역센이라는 여성과 짧은 대화를 나누었고,
상대는 그녀의 문신을 예쁘다고 칭찬해줬다.

"정말? 이거 직접 디자인한 거예요."
"당신한테 너무 잘 어울려요."

낯선 자리에서 들은 사소한 인정이
의외로 깊게 위로가 되었다.
오늘 하루, 딱 그만큼의 인정이 필요했는지도 몰랐다.

휴대폰이 울렸다.

“디아그로 아만드가 에미코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어요! 승낙해야 할까요?”

...에미코?

발레리아는 휴대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너무 뜬금없어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와 진짜… 너는 늘 이렇게 예고도 없이 살아가는구나.”
너무나도 에미코다워!! ㅎㅎㅎㅎ 

다음 날 아침.

그녀는 거실에서 혼자 진한 홍차를 우려내며
조용히 하루를 시작했다.

전날의 바쁨과 헝클어진 감정들을 조금씩 씻어내듯,
그 홍차는 따뜻하고 깊었다.

“괜찮아. 아직 내 챕터는 이제 시작이니까.”

그녀의 1화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사랑도, 일도 틀어졌지만,
아직은 모든 게 가능성 있는 상태로 남아 있었다.

 

※ 이 일지는 계획된 스토리가 아닌, 심들의 자유의지에서 피어난 순간들을 기록한 관찰 일지입니다. 다만, 때때로 유저의 작은 바람이나 호기심이 개입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이야기는 언제나 그들로부터 시작돼요. 그렇기에 더 예측할 수 없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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