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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동산 51] 6. 버브 가족 :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by 플럼밥집사 2026.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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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즈 세계관 이야기] 버브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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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가족의 중심을 지켜오던 존과 제니퍼가, 같은 날 함께 성인 연령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이번 생일엔 루시가 직접 초콜릿 케이크를 만들었다.

언젠가부터 루시는 가족의 작은 기념일을 먼저 챙기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SNS 속 화려한 사진보다, 부엌 조명 아래 놓인 직접 만든 케이크 하나가 더 중요해진 시기였다.

초콜릿 냄새가 은은하게 퍼지는 주방 안에서, 루시는 완성된 케이크를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순간이라기보다는, 가족과 함께 남겨두고 싶은 하루에 가까웠다.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하는 생일 파티는 즐거웠다.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와줘서 축하해줬다.

그리고 그날, 집에는 또 하나의 변화가 함께 찾아왔다.

루시와 제이스 로랑이 정식 연인 관계가 된 것이다.

둘의 관계는 요란하게 시작되지 않았다.
루시는 원래 감정을 크게 드러내는 타입이 아니었고, 제이스 역시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었다.

하지만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둘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생활 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현관 앞에서 마주 선 두 사람은 꽤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
대단한 고백이라기보다는, 이미 서로가 서로의 하루 속에 들어와 있다는 걸 확인하는 분위기에 가까웠다.

그리고 결국 루시는 제이스의 연인이 되었다.

 

며칠 뒤, 제니퍼가 근무중이던 병원에 갑작스러운 전염병 경보가 울렸다.

병원 전체에 비상 알림이 퍼졌고, 의료진들은 즉시 현장 대응에 투입되었다.

러닝머신 옆에서 정신을 잃고 주저앉은 사람들.
복도를 걷다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 시민들.

하지만 제니퍼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수많은 응급 상황을 겪어온 그녀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보호 장비를 챙기고 환자들에게 다가갔다.

누군가는 공포에 질려 있었고,
누군가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다.

그 와중에도 제니퍼는 한 명씩 상태를 확인하며 침착하게 치료를 이어갔다.

놀라운 건, 그녀가 환자들을 대하는 태도였다.

제니퍼는 원래 감정을 크게 드러내는 심이 아니었다.
하지만 병원 안에서만큼은 늘 이상할 정도로 차분했다.

환자가 쓰러져 있어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고,
위급한 상황에서도 조급함 대신 안정감을 먼저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공포로 가득했던 병원 안에서도 환자들은 제니퍼 앞에만 서면 조금 안심한 얼굴을 했다.

한 환자는 치료를 받는 도중에도 겨우 웃으며 농담을 건넸고,

또 다른 환자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연신 감사 인사를 반복했다.

제니퍼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환자에게 이동했을 뿐이었다.

그날 병원은 정신없이 바빴다.

잠깐 숨 돌릴 틈도 없이 새로운 환자가 들어왔고,
제니퍼는 거의 하루 종일 치료 장비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그리고 긴 시간이 지나서야 병원 시스템은 마침내 전염병 상황 종료를 알렸다.

“모든 환자를 치료했습니다.”

짧은 안내 문구였지만,
그 순간에야 공기가 조금 느슨해졌다.

제니퍼는 조용히 장비를 내려놓고 잠시 숨을 골랐다.

청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간 직후였지만,
그녀는 여전히 누군가를 지키는 일에 가장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버브 가족이 오랫동안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인지 몰랐다.

누군가 화려하게 앞에 나서는 가족은 아니었지만,
위급한 순간마다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내는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제니퍼는 평소보다 훨씬 지쳐 보였다.

하지만 집 안은 여전히 따뜻했다.

존은 늦은 저녁을 데워두었고,
루나는 오늘 있었던 실험 이야기를 한참 떠들고 있었으며,
루시는 조용히 물 한 잔을 건네주었다.

제니퍼는 그제야 작게 웃었다.

병원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을 치료했지만,
결국 자신 역시 이 집 안에서 다시 회복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니퍼를 만나러 온 카산드라- 

카산드라는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사람이었다.
차분하고, 말수가 적고, 사람을 쉽게 가까이하지 않는 심.

하지만 이상하게도 제니퍼와 함께 있을 때만큼은 조금 편안해 보였다.

두 사람의 우정은 요란하지 않았다.
자주 만나 떠들썩하게 시간을 보내는 관계도 아니었다.

대신 필요할 때 자연스럽게 곁에 와 있는 타입에 가까웠다.

병원 이야기, 가족 이야기, 별것 아닌 하루 이야기들.
둘은 그런 평범한 대화를 오래 이어갔다.

루시는 그런 엄마와 카산드라를 가만히 바라보곤 했다.

어릴 때는 잘 몰랐지만,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어른들에게도 오래 유지되는 관계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며칠 뒤에는 수확제 축제가 찾아왔다.

버브 가족의 수확제는 늘 비슷했다.
크게 장식하지도 않았고, 시끌벅적한 이벤트를 열지도 않았다.

대신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식사를 했다.

 

그들의 수확제는 그렇게 천천히 흘러갔다.

누군가는 웃었고,
누군가는 조용히 식사를 했으며,
누군가는 별것 아닌 이야기로 한참을 떠들었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

하지만 버브 가족은 원래 그런 가족이었다.

거대한 드라마 대신,
같은 식탁에 둘러앉아 하루를 나누는 시간으로 기억되는 사람들.

그리고 뉴크레스트의 집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모두가 돌아올 수 있는 가장 편안한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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