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대신 달빛이 내리던 그 밤, 이 낯선 마을에 도착했다.
고요하지만 어딘지 숨결이 느껴지는 작은 시골 마을.
이 집은... 예전에 스티브와 함께 보러 왔던 그 코티지였다.
말없이 둘러봤던 그날, 준은 아무 말도 안 했지만 사실 꽤 마음에 들었었다.
그리고 결국 혼자 오게 될 줄은 몰랐지.
늦은 시간이라 다들 불을 끄고 잠든 동네였지만,
이 집의 창가에는 따뜻한 불빛이 아직 남아 있었다.
“나한테 남은 건… 이 마을뿐일지도 모르겠네.”
준은 고요한 부엌에 혼자 앉아 팬케이크를 먹는다.
스티브는 이 팬케이크를 달게 먹던 사람인데,
그 사람 없는 식탁은 왜 이리 낯설고 적막할까.
하지만 이곳의 공기만큼은 분명 달랐다.
따뜻한 색감의 벽지, 오래된 냄비, 벽난로 옆 식탁...
무너진 마음에 조용히 스며드는 힐링 같은 것.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느긋하게 책 한 권을 펼쳐본다.
책 제목은 《길들여지지 않은 마음의 배신》
로맨스 장르에 작가는 레슬리 나이트타임.
근데... 설명이 수상하다.
“이야기 곳곳은 섬세한 남녀 간의 혼란과 배신의 차례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배신의 대부분은 전혀 길들여지지 않은 여성의 결과입니다!”
어... 뭔가 공감될 줄 알고 펼쳤는데
이거 그냥 야설 아니야...? 🤦♀️
그래도 묘하게 몰입되는 느낌.
준 케이는 무슨 생각으로 이걸 읽고 있는 걸까…?
다음날 저녁,
준 케이는 조용히 새로 산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동네 길로 나섰다.
핸포드의 공기는 확실히 다르다.
도심의 시끄러운 냄새가 아니라
풀과 꽃, 비 내린 뒤의 돌바닥 냄새가 난다.
새로운 동네, 낯선 거리.
조깅을 하면서 조금씩 알아가 보려는 듯
준 케이의 걸음은 가볍지 않지만 단단하다.
뒤돌아볼 필요 없다고,
그냥 앞으로 계속 걷기만 해도 된다고
그렇게 자기한테 말하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조깅을 마친 뒤,
샤워를 하고 따뜻한 스웨터를 걸친 준 케이는
작은 마당에 나와 기타를 꺼냈다.
새로 산 기타,
아직은 코드 잡는 것도 버겁지만
손끝에 닿는 나무결과 울림이 마음에 든다.
연주라기보단 그냥 소리를 내보는 정도지만,
그게 어딘가 준 케이에게는
‘다시 시작해보자’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핸포드의 저녁 공기 속에서
준 케이의 기타 소리는 조용히 퍼져나갔다.
그 누구도 듣지 않더라도 말이다.
조깅도 하고, 기타도 치고, 혼자만의 시간을 조용히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도착한 문자 하나.
“안녕, 준. 나야, 조반니. 나랑 데이트하지 않을래?”
…아니 이 사람, 정말 대놓고 직진이네.
조반니 프리고.
예전에 준에게 장미를 건넸던 남자.
그 장면을 본 스티브는 표정이 굳었고, 그날 이후로 두 사람 사이에 감정이 꼬이기 시작했었다.
그래서 이 문자를 본 순간, 순간적으로 머릿속을 스쳐간 이름은 역시... 스티브.
준은 아직 마음의 정리를 끝낸 게 아닐 텐데,
이 타이밍에 조반니는 왜 또 이러는 걸까.
혹시 다 알고 일부러 그런 걸까?
아니면… 그냥 순수하게 마음이 남아 있었던 걸까.
이제 준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조반니의 갑작스러운 데이트 신청은 정중히 거절했다.
마음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쉽게 누군가를 만날 수는 없었으니까.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조반니, 우리 집 앞까지 찾아왔다.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문전박대를 하기도 애매해서
결국... 그냥 들어오라고 했다.
그렇게 둘은 마주 앉아 팬케이크를 먹었다.
분위기는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반니는 너무도 태연하게 웃고 있었고,
나는 그 웃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그저 시럽을 조용히 팬케이크 위에 부었다.
그의 마음이 진심인지,
아니면 그저 지나가는 감정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하나 확실한 건—
준의 마음은 아직 복잡하다는 것.
이게 다시 시작될 수 있는 무언가일까?
아니면 그저 한 끼 식사로 끝날 우연일까.
※ 저의 심즈 일지는 계획된 스토리가 아닌, 심들의 자유의지에서 피어난 순간들을 기록한 관찰 일지입니다.
다만, 때때로 유저의 작은 바람이나 호기심이 개입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이야기는 언제나 그들로부터 시작돼요.
그렇기에 더 예측할 수 없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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